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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없는 사서함'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04/13 04:32
오랜만이야. 재작년 겨울에 쓴 이후 처음인 듯 싶어. 그새 사계절이 지나고 다시 봄이 도래하고 말았어. 그동안 당신은 무얼 하며 지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저 눈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또 이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네. 편지의 도입 부분에 계절 이야기, 세월 이야기를 빼면 무슨 감칠맛이 있겠어.

어제는, 아니 실은 종종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지만은 오늘은 안부가 궁금하다는 얘기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솔직히 고백해. 지난 번 편지 이후 내가 살아온 지난 1년 4개월의 삶이 회한으로 가득차서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마음의 발로인 때문일거야. 최근에는 '실패'라는 것을 오랜만에 맛 보았고, 그로 인해 한동안은 침체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간도 있었지만 서서히 벗어나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 여진이 언제 다시 폭발할 지 모르는 상황이긴 해. 그래도 나 힘을 낼꺼야. 왜냐하면 다시 우리가 만났던 봄이 됐으니까.

작년 봄에는 우리가 다시 만나 동네 언저리에서 짧지만 밥을 한 번 먹은 적이 있었지. 기억나지? 칼국수를 같이 먹고 대화를 하면서 나는 느꼈었어. 그때에도 당신을 아직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그렇지만 되돌아 가기에도 이미 늦었다는 것 역시 체감하고 있었지. 그 이후 난 어쩌면 내가 힘든 고비마다 당신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 문자를 보내고, 드물지만 답장이 오면 그것을 위로삼아 약간의 힘을 얻고는 했었는데 그게 과연 사랑이었는지 되묻는다. 우리의 문자는 작년 연말 인사로. 아니 2월 초 당신이 일본에 간다고 하던 그 순간 이후로 정지되어 있지만 우리의 삶은 과연 정지되어 있었는지.

끊임없이 하루는 가고, 또 새로운 날이 오고 하면서 바야흐로 봄은 와 버렸는데 왜 나의 마음은 왜 이리 먹먹한지 모르겠어. 따뜻한 훈풍을 맞았던 어제의 밤에도, 그리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친근감을 느끼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선물로 보내는 음악 CD를 끊임없이 구웠던 지난 열흘동안에도 이 마음은 사실 지울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게 물었었어. "왜 그렇게 CD를 구워 돌리는지." 이에 대해 나는 "요리를 해 남에게 대접하며 먹이는 기분"을 아냐고 대답했었지만 어쩌면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것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어. 난 그동안 얼마나 진실되고 솔직했을까. 이 물음에는 사실 자신이 없다. 난 여전히 바람 앞의 촛불처럼 나약한 존재일 뿐이니까.

항상 지키지 못할 다짐만 한다. "잘 살겠노라고." 그리고 "약해지지 않겠다고." 오늘도 결국은 이런 지키지 못할 다짐만 하며 끝날지도 모르겠어. 지난 번에는 잘 지내자고 말까지 해 놓고 이게 무슨 타령인지... 오늘은 술을 마셨어. 그리고 엊그제 직장을 그만 둔 동료를 찾아 청주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내려가 술을 진탕 마시고도 돌아왔었고 말야. 그래서 주말 내내 퍼져 있었다가 다시 출근을 하려면 잠을 좀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매주 일요일이면 마시는 술이야. 이렇게 마시는 술에 무슨 큰 의미가 있겠어. 그저 하루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 밖에는 없겠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 질 많은 날들에는 또 무슨 중의적인 의미가 있을까. 난 모르겠다. 여전히 모르겠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어.      

또 다시 네 번의 계절을 맞이하고 나면 2010년이 올거야. 그 무렵에는 우리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어찌 변하든 우리가 지향해 왔던 또 나아갈 꿈만큼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해. 그저 지금의 내가 또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 아닐까, 언제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다. 다시 잘 지내자는 말로 오늘을 마감한다. 이렇게. 가식적으로.
Favicon of http://kaira.tistory.com/ BlogIcon kaira | 2009/04/14 07: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무언가 많은 얘기를 적어놓고 있다가 전부 비웠습니다.

좋은 기억일지 아픈기억일지 모를 이야기에
제 코멘트가 조심스러워지는군요.
다만, P님은 아름다운 분이실 것 같습니다.


봄이라 식욕이 떨어지더라도 밥 많이 드세요.
밥심이 진짜 있더라구요.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4 12:38 | PERMALINK | EDIT/DEL
전 아픈 기억은 늘어놓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글은 동의받지 않은 글이라 민폐성이 다소 농후한 측면이 있긴 하죠. 그리고 전 절대 식욕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시사철 언제나 왕성한 밥심을 자랑하죠. 블랙데이를 기념하여 자장면 한 사발 했더니 심히 졸리는 점심시간이네요. 다음엔 그 많은 얘기 다시 채워주세요. :)
Sera | 2009/04/14 16: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블랙데이 머 그런것도 모르고 마포에 유명한 밀냉면을 '양많이'해서 먹고왔더니..ㅋㅋ저도 뿌듯... 어여어여 쌤에게도 '보고싶어~~~~''어디야!!!' 맘껏 할 수 있는 그런 스토커가 생기길 바래요^^ 오늘 날씨 쵝오~~~~!!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5 12:40 | PERMALINK | EDIT/DEL
어헛. 평일 점심에 밀냉면 먹으러 마포까지 갔다왔다는 고백인가요? 그거그거 뿌듯한 일만은 아닐 듯... 내게 그럴 수 있는 스토커보다 내가 스토킹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더 좋을 듯 싶네요. 오늘 날씨는 흐림.
Sera | 2009/04/16 14:29 | PERMALINK | EDIT/DEL
머얌~12시 50분에 와서 자리 착석했거든요~~~~여하간 그건 그렇고..스토킹이 하고 싶으시다...흠..주말에 우리집에 왜왔니를 봤거든요~거기 스토거가 나오죠..영화가 썩 맘에 들었다고는 못하겠지만 남는 대사가 있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건 기적이야!'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를 스토킹하면서 주인공 강혜정이 하는 말이였는데요,일단 누가 나를 스토킹하는 것은 맘이 아프진 않으니까, 그래도 머 있으면 나쁘진 않으니까 그대로 두면 되는데, 문제는 내가 스토킹을 하게 되는 상황. 왜냐하면 거기서 부터는 내가 아프니까..왜 이렇게 내맘을 몰라줄까..내가 어디가 모자른가...전화만 받아줘도 되는데..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스토킹하는건 너무 아프다는거~~그래서 전 기적을 택하기로 했어요!!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기적!!^^내가 스토킹하는건 힘들어!!싫어!!!오늘 날씨는 맑음^^ Fade Away -재클린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8 00:20 | PERMALINK | EDIT/DEL
우리집에 왜왔냐가 무슨 프로그램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네요. 그런데 기적을 택하기로 한 것은 너무 삶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요. 뭐 생각하면 낭만적인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은....
Favicon of http://silentsea.pe.kr BlogIcon 시린콧날 | 2009/04/15 13:0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절절합니다. 그 분은 이 글 못보겠죠. 언젠가 볼지도 모르는건가요. 보내지 못한, 보낼 수 없는 편지들이 생각나네요. 잘 지내기로 했는데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어렵네요. 아프지 않은 좋은 기억이어서 다행입니다. 봄인데 허하네요. 비까지 내리니 더더욱.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6 00:38 | PERMALINK | EDIT/DEL
모르죠 뭐. 예전에 이 곳의 주소를 알려준 적이 있긴 한데 그녀라면 아마 들어오지 않을 듯 싶습니다. 사실 어찌보면 그녀의 이니셜을 빙자하여 스스로에게 쓴 것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근데 짝도 있으신 분이 봄에 허하시면 되겠습니까. 오늘 내린 비는 좀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 마력을 가졌던 듯 싶어요. :) 그래도 짧은 봄을 즐겨야죠.
음. | 2009/04/16 23: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또 default. 요리를 해서 다른 사람을 먹이는 기분.은 당신 것이 아닐텐데. 아무튼. 잘 살길.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8 00:21 | PERMALINK | EDIT/DEL
이제는 음.이 곳에서의 공식 닉네임이 되었군요. 한동안 뜸했었군요.
오징어땅콩 | 2009/04/17 23: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봄이 만개하여서 참 아름다워요.

이 글을 보니 새삼 선배님께서 어떤 사람인지 좀더 알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좀 뜬근없이 들리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보니 선배님께서 여성이시라면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물론 성별이 다르다는 것 자체를 가정하는 것이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성이시면 좀더 매력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매력이 없으시다는 얘기로 들으시면 곤란합니다...)






만개한 아름다움이 선배님께도 전해지길 바라겠습니다.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8 00:24 | PERMALINK | EDIT/DEL
그러게 참말로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봄이 오면 술 한잔 하기로 한 게 1년은 훌쩍 넘은 듯... 조카는 잘 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언니 소식을 남석이한테 한 번 물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방금 같이 술 한잔 마시고 들어왔어요. ㅎㅎ 다음 생에선 여성으로 태어나길 간절히 기도해야 겠어요. 오늘 날씨는 특히 예술이었죠. 봄의 절정을 보여준 날이었던 듯.
| 2009/04/17 23: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18 00:26 | PERMALINK | EDIT/DEL
딱딱한 글을 자꾸만 읽으신다니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네요. 그런데 뉘신지 모르겠네요. 닉네임이 궁금증을 일으키는군요.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질 것 같네요. 봄은 잘 누리고 계시겠죠? 자주 놀러와 주세요.
| 2009/04/19 21: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4/20 00:54 | PERMALINK | EDIT/DEL
그러셨군요. 저랑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으로 알고 지내는 분들 가운데 한 분의 블로그겠네요. 위로라... 그리 쉬운 것은 아닌데 어쨌든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일기예보를 통해 내일 날씨는 숙지하고 있었습니다. 일기예보를 미처 못보고 지나칠 정도로 바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봄날, 화이팅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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