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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20:58
[일상의 BGM]
2010/05/15 04:17
몸은 끝내 이틀을 버티지 못한다.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일상이 못내 지겨운 저녁, 영화시간표를 뒤적거려 근처 극장을 단촐히 찾았다. 상영시간이 임박하여 매표소에 선 나를 위해 남은 표 달랑 한 장.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먼저 관람하였다. 카타르시스가 없다. 홍보물에서는 '서스펜스'를 언급했는데, 그마저도 그저 그렇다. 출연진이 화려하니 연기력이야 두 말할 필요없다. 다만 이정재와 서우의 딸 나미의 함초롬한 표정과 눈망울만이 남았다. 재기발랄하지만 그래도 선겁다.
종영 후, 남는 30분동안 인근 분식점을 찾아 주린 배를 채웠다. 줄담배를 성급히 피우고, 캔커피 하나 사서 다시 극장에 진입. 이번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를 보기로 한다. 연달아 본 두 영화에 대한 느낌을 굳이 표현하자면 '비일상'과 '일상'의 대결이라고 할까. 결국 일상이 승리하는 형국이다.
미자 분의 윤정희가 김용탁 분의 김용택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나요?", "아무리 시상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에게는 그 말들이 이렇게 들린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아무리 행복해지려 해도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용탁은 말한다. "시가 죽은 시대입니다." 정작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영화는 "꽃처럼 살고 싶은데, 일상을 일상처럼 살고 싶은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자는 문화원 강좌 수강생 중에 유일하게 시를 써서 제출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시와 다른 일상이 펼쳐졌는데 시를 쓰고야 말다니...
마지막 심야영화였던지라 나와 함께 관람한 관객이라고는 달랑 5명. 극장에서 내려오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그들 중 두 명이 말한다.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왜 걔는 별점 다섯 개란 말을 했어." 일면 일리있는 말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대중적이진 못하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영화가 흔할까 싶다.
우리 주위에 널리고 널린 일상을 놓치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강물을 놓친 탓이란 생각을 했다. 차를 몰고 집에 돌아오는 한적한 도심. 지하차도를 통과하며 올라오는 길에 환한 가로등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내 앞 차량들의 후미등도 눈을 자극한다. 순간의 밝음에 가려 나머지를 보지 못한다.
일상이란 이와 같다.
몇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 윤정희의 본명이 손미자라는 점. 그리고 다음 검색에서 잡히는 윤정희의 주연 출연작만 232편이라는 것. '시'의 평점은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하녀'의 평점은 혹독하다. 주목받는 '하녀'에 대한 소식은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시'에 대해서는 유달리 심드렁하다. 별점주는 것은 꽤나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하는 편인데, 굳이 준다면 4.5를 주고 싶다. 나머지 0.5개는 이창동 감독의 이후 영화들에 바친다.
종영 후, 남는 30분동안 인근 분식점을 찾아 주린 배를 채웠다. 줄담배를 성급히 피우고, 캔커피 하나 사서 다시 극장에 진입. 이번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를 보기로 한다. 연달아 본 두 영화에 대한 느낌을 굳이 표현하자면 '비일상'과 '일상'의 대결이라고 할까. 결국 일상이 승리하는 형국이다.
미자 분의 윤정희가 김용탁 분의 김용택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나요?", "아무리 시상을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에게는 그 말들이 이렇게 들린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아무리 행복해지려 해도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용탁은 말한다. "시가 죽은 시대입니다." 정작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그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영화는 "꽃처럼 살고 싶은데, 일상을 일상처럼 살고 싶은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자는 문화원 강좌 수강생 중에 유일하게 시를 써서 제출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시와 다른 일상이 펼쳐졌는데 시를 쓰고야 말다니...
마지막 심야영화였던지라 나와 함께 관람한 관객이라고는 달랑 5명. 극장에서 내려오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그들 중 두 명이 말한다.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왜 걔는 별점 다섯 개란 말을 했어." 일면 일리있는 말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대중적이진 못하지만, 이처럼 대중적인 영화가 흔할까 싶다.
우리 주위에 널리고 널린 일상을 놓치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강물을 놓친 탓이란 생각을 했다. 차를 몰고 집에 돌아오는 한적한 도심. 지하차도를 통과하며 올라오는 길에 환한 가로등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내 앞 차량들의 후미등도 눈을 자극한다. 순간의 밝음에 가려 나머지를 보지 못한다.
일상이란 이와 같다.
몇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 윤정희의 본명이 손미자라는 점. 그리고 다음 검색에서 잡히는 윤정희의 주연 출연작만 232편이라는 것. '시'의 평점은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하녀'의 평점은 혹독하다. 주목받는 '하녀'에 대한 소식은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시'에 대해서는 유달리 심드렁하다. 별점주는 것은 꽤나 무의미한 일이라 생각하는 편인데, 굳이 준다면 4.5를 주고 싶다. 나머지 0.5개는 이창동 감독의 이후 영화들에 바친다.
시를 보고 이것을 보세요.
2010/05/13 03:45
[Diary]
지난 8일, 동네 인근 전원주택 조성 단지 내 공터에 부모님이 불법점거한 텃밭에 다녀왔다. 비단 이 곳에서만 그런 것인지, 전국적인 추세인지는 알 수 없어도 요즘 곳곳의 공터만 있다 하면 비교적 젊은 4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타인의 사유지에 텃밭을 조성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젊은 층의 경우에는 자녀교육 차원이기도 한 것 같고, 노령층은 대체로 투자에 비해 생산력이 높기 때문이다. 그 생산력이란 것이 보통 한 해동안 20~30만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노인네들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 틀림없다.
이 날의 목적은 고추모종 심기. 사실 호주에 계신 어머니의 아버지를 도와 심으라는 명령도 떨어진 바 있지만,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농사 관련 일은 정말 손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경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더 근원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그 날 내가 일을 한 것이라곤 딱 두 단계였다. 구멍파기와 물 주기. 그렇지만 세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작업시간에 저질체력은 정말이지 퍼져버리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이웃 무단점거 경작 아저씨가 사온 막걸리 세 잔을 넙죽 받아 먹다가 더 체력이 소모된 것이 주효했지만... 여튼 저질체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며칠째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 일이라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굳이 많이 경험하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는 것. 한국의 경제발전 시기, 도시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 한편, 1차 산업보다는 2차 산업이,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편함을 추구했다는 이야기나 다를 바 없다. 현대자본주의의 병폐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오히려 이런 요인들이 더 큰 문제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거창한(?) 생각을 잠시 했었다.
어쨌든 지독히도 게으른 몸이지만, 몸을 쓰는 원초적 노동이 고되지만 즐겁긴 하다. 계속 하라고 한다면 나자빠질 것이 뻔한 사람 입에서 나오는 소리이니 신경 쓸 가치는 없다. 다만 그 어떤 일보다 정직하다는 것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텃밭 가꾸기가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도시민들의 한낱 유희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황: 아는 사람들은 아는, '기다림'은 계속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준비들도 진행중이다. 한 가지는 결국 생각했던대로 좋지 않은 소식이 왔고, 또 별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가 한 두번 더 주어질 것 같기도 하다. 그 끝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마침내 그 시간은 도래할테지만, 기다림은 때로 한없이 지루하고, 초조하다. 한 석 달간 할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천하에 없는 백수 짓도 슬슬 지겨워지는 와중이다.
이 날의 목적은 고추모종 심기. 사실 호주에 계신 어머니의 아버지를 도와 심으라는 명령도 떨어진 바 있지만,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농사 관련 일은 정말 손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경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더 근원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그 날 내가 일을 한 것이라곤 딱 두 단계였다. 구멍파기와 물 주기. 그렇지만 세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작업시간에 저질체력은 정말이지 퍼져버리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이웃 무단점거 경작 아저씨가 사온 막걸리 세 잔을 넙죽 받아 먹다가 더 체력이 소모된 것이 주효했지만... 여튼 저질체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며칠째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 일이라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굳이 많이 경험하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는 것. 한국의 경제발전 시기, 도시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 한편, 1차 산업보다는 2차 산업이, 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편함을 추구했다는 이야기나 다를 바 없다. 현대자본주의의 병폐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오히려 이런 요인들이 더 큰 문제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거창한(?) 생각을 잠시 했었다.
어쨌든 지독히도 게으른 몸이지만, 몸을 쓰는 원초적 노동이 고되지만 즐겁긴 하다. 계속 하라고 한다면 나자빠질 것이 뻔한 사람 입에서 나오는 소리이니 신경 쓸 가치는 없다. 다만 그 어떤 일보다 정직하다는 것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텃밭 가꾸기가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도시민들의 한낱 유희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근황: 아는 사람들은 아는, '기다림'은 계속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준비들도 진행중이다. 한 가지는 결국 생각했던대로 좋지 않은 소식이 왔고, 또 별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가 한 두번 더 주어질 것 같기도 하다. 그 끝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마침내 그 시간은 도래할테지만, 기다림은 때로 한없이 지루하고, 초조하다. 한 석 달간 할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천하에 없는 백수 짓도 슬슬 지겨워지는 와중이다.
박새별 1집 새벽별 中 - 물망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