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스무살이던 나는 한해동안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술의 쓴 맛도 제대로 알았고, 담배맛도 알았으며 사랑의 쓴 맛도 배웠다. 그러나 난 그것을 배우고도 어른이 되질 못했다. 그로부터 열 다섯 해를 보낸 난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잃었던가를 반추해 본다. 어른이 되기 위해 배웠던 그 많은 것들보다, 어른이 되기 위해 잃었던 순박함이 더 애달픈 까닭은 무엇일까. 삶의 흥겨움과 고단함을 완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서른 다섯의 2009년이 다시 이렇게 지나간다.
단지 보내고 맞이하는 것은 늘상 아프고 역동적인 것임은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오늘은 마지막 날에 걸맞는 두 곡을 선곡해 본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우선 얼마 되지 않은 시드니에서의 생활을 좀 얘기해볼까 합니다. 지난 목요일 밤에 도착해서 그동안 이 집과 한 시간 거리의 시티(시내이면서 유학생이 밀집된 곳)란 곳에 두 번, 집 앞 쇼핑센터 및 카페 두 번 정도, 한인촌인 스트라스필드란 곳에 한 번 다닌 것이 다입니다. 버스 타고 가다 오페라하우스 지붕만 봤고, 유명하다는 달링하버도 가보질 못해 시드니 생활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민망스럽군요. 하늘과 달, 그리고 공원을 찍은 사진 몇 장이 있지만은 올리기도 뭣하구요.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난 다음에는 좀 암담하다가 이내 다른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현실적 실현가능성이 꽤 있긴 한데 이렇게 돌아가게 되어서인지 의욕은 있지만, 자신감은 떨어지고 두려움이 먼저 앞서기 시작했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상의도 해볼 생각인데 어떨까 모르겠네요. 아울러 여기 오는 것에 꽤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였지만, 지금은 착잡할 따름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어공부야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들면서, 외국생활은 제가 잘 적응하는 편이고 계속 있었더라면 여러 삶의 경험은 축적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자꾸 고개를 쳐듭니다.
이곳에서의 소득이 있다면..음. 골프가 보편화 된 나라인데다 여기에서 배워가는 것이 좋다란 형의 강권으로 골프레슨을 4~5차례 받았다는 것입니다. 잠재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훗. 여튼 스윙은 몇 백번 하다 갑니다. 날씨는 참 좋은 나라이고, 넓은 대지위의 그득한 나무들이 부러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곳도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영락없는 자본주의 국가더군요.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거나 혹은 갖가지 일을 도모하는 한국인들의 애달픈 모습도 봤습니다. 이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말이 자꾸 길어지게 되네요. 돌아간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며칠간 반팔 입다 코트로 돌아갈 생각하니 아득하지만 "안녕!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워."라고 말할 수 있는 벗들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제가 어느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는지 아시는 분들은 제가 퇴직했을 것임도 짐작하리라 여겨집니다. 제 주위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블로그에선 여태 한 번도 공지를 한 적이 없네요. 저도 준비하느라 나름 바빴답니다. 11월 30일 부로 4년 4개월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직했습니다. 이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로 오랜만에 외국에 나가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홍콩을 경유하여 목요일 저녁 10시 경 호주 시드니에서 생활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기한은 일 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고, 7~8월 쯤에 비자문제로 한 번쯤 들어와 한 달 가까이 체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생활이 그닥 재미가 없다면 이 때 완전히 돌아올 수도 있구요. 비교적 효율적인 생활이 되고,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 떨어진다면 2011년 1월 즈음 개강 전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대체적으로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퇴직 다음 날 바로 이사를 하고 또 그 다음날 출국하게 된 관계로 아직도 부족한 점들이 보여 인터넷으로 서핑하다 이제서야 글을 올리게 되네요. 좀 쉬고 싶었는데 시드니에 가서 쉬어야 겠군요. 쿨럭~
내일 일정은 오후 3시 비행기로 떠나면 저녁에 홍콩에서 선생님 한 분과 술 한잔할 것 같네요. 그리고 목요일 아침 9시에 바로 또 비행기를 타야할 것 같구요. 호주에는 친형이 살고 있습니다. 가서 제가 하는 일은 주로 형 일을 도우며(비교적 앉아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일 같다는...다만 현재는 형수의 출산문제로 형 혼자 있어 당분간 집안 일에 더 치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사무실 귀퉁이 책상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들 읽고 영어 공부 더듬더듬 하며 일주일을 소비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학위논문 준비도 슬슬 시작하게 될 것 같구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희망하지만, 솔직히 어렸을 때 떠났던 외유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먼저 앞섭니다. 이제 세상이 더 이상 무섭지도 또 더 무서운 나이가 되어 버렸거든요. 그래도 혼자 몸이니 뭔들 못하겠습니까.
친구도 없어 꽤나 심심하기도 할 터이고, 아시아를 벗어난(?) 곳은 처음인지라 호기심도 좀 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추운 겨울 안 보낸다는 점, 거기는 지금 무지 덥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요. 자리잡는대로 바로 염장샷들로 도배를 할 생각이니 걱정들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시차는 현재 섬머타임 적용으로 두 시간 차이가 납니다. 여기가 오전 10시라면 거긴 정오 12시가 되는 셈이죠. 내년 4월 첫째 주까지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점을 참고하셔서 저와의 연락을 취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이 글은 연락처를 남기기 위함입니다. LG 070인터넷 전화를 들고 가서 한국내 휴대폰 통화보다 더 저렴한 인터넷시내요금(분당 50원 미만)이 적용되니 심심할 때마다 전화를 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번호를 일단 남기니 적으실 분들은 바로 적으세요. 제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 북시드니 자택 전화번호: 070-8245-3745
- 4월 첫주까지 : 대략 한국시각 6시 이후부터 통화 가능하고, 제가 안 받으면 바꿔달라 하면 됨.
- 4월 첫주이후: 한국시각 7시 이후부터 통화 가능.
* 사무실 전화번호: 070-8286-9733
- 4월 초까지: 한국시각 9시부터 4~5시 무렵까지
- 4월 초순 이후: 위와 마찬가지
이 기준은 현지에 가서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큰 변화가 없는 한 유지될 것 같네요. 환송회 하느라 고생하신 분들, 또 나이 들어 간다 불쌍하여 전화주신 여러 분들, 또 블로그에 자주 왕림해 주시는 소중한 이웃분들, 그리고 저. 모두 건강해욧~ 시원한 사진들과 소감들로 여러분의 추운 겨울을 달뜨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보고 삶은 도전이라 생각지 마시길. 때로는 이렇게 정신없게도 후다닥 지나가기도 합니다. 부디 정신줄 놓지 맙시다~ 속된 말로 한 방에 훅 간다고 합디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