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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에 해당되는 글 6건
2008/07/15 20:41

첫 학기를 마치면서 무엇보다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였는지 알고 싶었기에 과목취지에 벗어나는 일이란 걸 뻔히 알면서 서술형 '강의평가'를 기말고사의 한 문제로 출제하였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읽으면서 대학 4학년이라 하기에 수없이 틀리는 맞춤법과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장이 꽤나 많아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솔직하고 자유롭게 기술하라 요구했기에 내겐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답변들이었다.


 아래 요약글에 강의평가 전문을 옮기느라 5시간 조금 넘게 워드를 치면서 다시금 내렸던 결론은  첫 학기 정규 전공수업이라는 것과 내 전공에서 다소 벗어나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과목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단 '실패한 수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학생들의 강의평가 내용 중 '좋다'라는 의견이 반을 차지하지만 실명으로 기재했기에 나로서는 50%는 감해서 접수해야 하는 것일테고, 게다가 그 '좋다'의 의미는 수업 외적인 측면에 대한 선호가 분명하였다. (가장 컸던것이 물론 천문대로 별보러 갔다가 삼겹살 먹었던 것이니..) 그러니 수업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한 마디로 내용이 별로 없는 수업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 유행하는 유사하지 못한 표현으로 '소통에는 성공하였으되, 경제발전은 이룩하지 못한 대통령'이었다라고 하면 이해가 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첫학기 강의라 중간중간 일관성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생소함은 나 역시 느꼈던 부분이라 여기저기에서 혼선이 빚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일정부분 학생들의 입맛에 가급적 맞춰주려 했던 것이 오히려 '실패'를 부른 원인이기도 한 듯 싶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학생들이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거기에 상응하는 행위를 할까 싶었다. 그것이 강의를 하는 사람에 대한 학생들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일텐데 사실 학생들은 내 본래의 의도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물론 표현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겠지만...어쨌든 수업에 있어서 가장 큰 책임은 내게로 돌아와야 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시적으로 지적된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자면(학생들을 비판하고자 함이 절대 아니니 오해말라)

첫째, 조별발표 문제 :

조별발표의 취지는 어느 정도의 수준과 선에서 구성원들간의 합의과정을 경험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돕는 그런 이상적인 형태를 선생입장에서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에 반해 결과적으로 '나만 손해본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는 것은 역시 조별발표는 쉽지 않은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하면 개인간의 갈등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으면 했는데 역시나 쉬운 문제는 아니다.


둘째, 시를 외우거나 중국과 관련이 없는 영화를 봤던 문제 :

어린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참으로 이중적이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내 원래의 의도는 학생들이 스스로 발표에 대한 중압감과 또 과제에 대한 어려움을 위로하기 위한 중간단계의 보상책이 영화감상이었다. 인터넷과 중국어라는 과목 취지를 살리자면 엄밀히 '영화를 보면 안된다'라는 얘기가 평가에서 나왔어야 적확한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영화 보면서 1주의 수업을 편한 마음으로 보내는 것은 좋은데 중국영화가 아니라서 문제였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모순된 언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마음 편하게 봤으면 좋겠다라 해서 그런 차원에서 삶에 대한 관조가 가능한 詩를 선택했었는데 결과는 역시 영화선택과 유사한 모순된 반응이 나온 것이다.


셋째, 자유로운 분위기는 좋았지만 수업과 관련이 없는 인터넷을 하며 수업이 다소 산만해졌다는 문제 :

만약 처음에 어떤 통제의 수단을 가했더라면 절대 수업의 분위기는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학생들이 무엇을 하든지 학생 스스로의 자율규제를 원했다. (2MB정부의 엉터리 쇠고기 민간자율규제 따위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ㅡ.ㅡ) 그랬기에 발표수업 중간중간 인터넷 아이쇼핑을 한다든가, 싸이를 한다던가, 뉴스를 본다던가 해도 '재미있어?'라고 하며 넘어가곤 했던 것이다. 운용과정에 있어 학생들로 하여금 집중이 되지 않도록 한 점은 100% 나의 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 역시 자신의 발표를 성심껏 들어주길 원하면서 타인의 발표시 여지없이 딴짓을 한다는 것은 역시 참여형 수업에 저해가 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올리는 목적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또 객관적인 반성을 통해 다음 강의에 반영하겠다는 내 의지, 학생들에게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강의평가를 했을까를 보면서 수업전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유와 기회제공, 선생으로서 학생들의 세부적인 평가의 일부분에서 나타나는 모순에 대한 건전한 비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학기 강의를 통해 생긴 '우리의 友誼'를 위해서이다.


글이란 것이 때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독하게 하는 경우가 꽤나 많아 요즘은 글쓰기도 망설여진다. 요컨대 스스로의 변명과 학생들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마지막을 함께 정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차원임을 다시금 밝히며 강의평가 전문을 타이핑하여 아래 파란색으로 된 요약글에 옮기니(클릭하면 내용을 볼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란다.


그밖에 실수하고 무심했던 부분들 모두,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라는 표현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을 위해 매진하겠다.


참고로, 숫자 1~15번까지는 주간반의 강의평가이고, 16번~37번까지는 야간반의 강의평가를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맞춤법이나 표현은 수정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올렸음을 밝혀둔다. 그리고 현재 각 강의평가에 대한 짧은 코멘트를 달고 있는 중이니 코멘트가 달려있지 않은 사람은 아직 내가 미처 달지 못한 것이니 널리 양해해주라. 추후에 오타나 맞춤법을 수정해 줄 시간이 있다면 빨간색으로 수정하여 업데이트하도록 하겠다.

more..

 
Favicon of http://blog.naver.com/anidia80 BlogIcon yeon | 2009/01/10 01: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작성했네요...;; 저는 강의한지 이제 2년째가 되었는데.. 처음 나가게 된 학교에서 워낙 인기가 좋아 방심하다가.. 지난 하기 다른 학교 수업에서는.... 강의평가 보고 충격 받았다는;;; 흠.. 저도 답답한 마음을 블로그에라도 써서 변명해봐야겠네요 ㅋㅋ
Favicon of http://www.zzacnoon.net BlogIcon zzacnoon | 2009/01/10 02:20 | PERMALINK | EDIT/DEL
yeon님 덕분에 작년의 강의평가 기록을 다시금 살펴보게 되었네요. 안그래도 작년의 과오를 바탕으로 올해 강의계획서를 대폭 수정할 계획이었는데 덕분에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그냥 잊고 지나갈 뻔 했는데 말이죠. yeon님의 블로그도 감사히 구경했습니다. 종종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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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0:36

한 주가 또 지나간다.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해서 저녁에 반주 한 잔하고 일찍 들어왔다. 책을 읽을까 했는데 오후부터 증상이 있던 두통이 쉬이 가라앉지 않아 그만두기로 했다. 요즘은 몸의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건 같지 않다. 아무래도 담배를 잠시(?) 끊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여튼 쉬는 겸  오늘 보기로 예정했던 일본영화 '녹차의 맛'을 보기 전에 예전에 잠깐 생각을 정리해두었던 것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그야말로 '나쁜 남자(여자포함, 이하 통칭 남자)와 연애지침서의 시대'라 할 만하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사실 남녀간의 연애이야기만큼 알콩달콩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없다. 학교, 직장 등 모든 곳에서 미혼남녀들을 대할 때는 이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물론 나이먹어가는 나같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이지만 나 역시 연애상담 혹은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관심이 넘쳐나는 때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인터넷상에는 늘 연애와 관련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물론 정말 진지한 이야기들은 오프라인을 통해 공유되고는 하지만 익명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상에서도 연애 관련 이야기들은 흥미있는 서핑거리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의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남녀들에게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을 꼽자면 '나쁜남자(여자)'가 되자'라는 것과 각종 '연애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나쁜남자는 곧 연애에도 소위 신비함과 쿨함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되는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대적 '이성'이 아닐까 싶다. 상대방에게 나를 너무 드러내서도 안되고, 감정표현도 쉽사리 하지 않는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잘난 남자로서의 조건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자신의 생활중심을 절대 벗어나지 않고 한 사람에게만 매달리지도 않는듯한 여유로운 쿨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이성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빠진 사람들은 반면 지극히 감정적이고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흔히 묘사되곤 한다. 아마도 이런 양태들은 구질구질한 감정보다는 번뜩이는 이성이 연애에서도 상부구조를 차지해야 연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각종 연애관련 지침과 정보들은 어떠한가? 동시에 사랑이 시작되거나 사랑에 갈등요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런 정보들은 사실 세상에 나올 이유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스파크가 튀는 사랑이 어디 흔한가? 특히 나이가 먹을수록 상대방을 경계하고 나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는다. 그렇기에 먼저 사랑하게 되거나 혹은 연애과정 속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더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술병을 부여잡고 친구 혹은 선후배들을 괴롭히는 만행을 저질러대고 있을테고, 혹은 지금 이순간 열나게 자판을 튕겨가며 온갖 감상에 젖어 절절한 호소를 불특정 다수들에게 하고 있을게 틀림없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


살다보면 진심을 다해도 이루지 못하는 헛된 짝사랑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사귀는 사이에도 둘만의 각종 심각한 문제들로 갈등을 겪다가 급기야 이별하는 일까지 허다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과거의 애잔한 상처들을 보유하고 있는 남녀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마음 주지 않아도 만날 수 있고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일회성 만남들이 점점 더 판을 치고 있다. 소위 데이트메이트 뭐 이딴 것들도 다 그런 현상의 아류작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연애는 어려운 것일까?  나도 이 시대를 같이 부여잡고 살아가는 미혼으로 이 문제에 대해 적지않은 고민과 갈등으로 수많은 밤을 새며 강소주를 들이킨 바 있고, 또 되풀이할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핵심을 잘 집어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손해보기 싫어하는 마음'이다. '나쁜 남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또 우리들이 낮이면 낮, 밤이면 밤마다 각종 연애지침서들을 찾아 헤매는 것도 결국 '내가 좀 더 손해보는 것은 싫다'는 것 때문이다. 이 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통과하려는 마음인 것이다. 사실 연애당사자가 되거나 짝사랑의 고통을 한 번쯤 겪어 본 이들이라면야 이런 과정을 다시 겪는다는 것이 싫을 수 밖에 없다. 좀 더 편히 가고 싶은 인간의 마음 나도 심히 동감한다. (나도 편히 가고 싶다.ㅜ.ㅜ)


난 서른 세해를 살아오면서 적지않은 여자를 만나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나쁜 남자'의 테크닉도 섭렵(?)하지도 못한 쑥맥이다. 그야말로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심한 부류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각종 연애지침서들을 안 찾아봤다고 할 수도 없다. -.- (실은 많이  봤다.;;) 때로는 나도 '나쁜남자'가 되고 싶고 각종 연애지침들을 온몸으로 승화하여 그야말로 '바람'같은 남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늙었다.


어쨌든 반은 진심 반은 농담이고....


그러나 난 단연코 '나쁜남자'와 '연애지침서'를 따라 시대에 편승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결코 다시는 겪고싶지 않은 오장육부가 끊어지는 실연의 고통, 또는 짝사랑의 고통, 갈등의 고통이 재현된다 하더라도 난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사랑은 좁게는 한 개인, 넓게는 두 개인에게 있어 항상 새롭고 특수한 상황의 발생일 뿐이다. 열 번을 연애를 하든, 백 번을 연애를 하든지 간에 이 세상 모든 연애 당사자들에게는 언제나 같은 상황과 같은 해결책은 존재할 수 없다. 보편적인 것은 그래도 존재한다라고 주장들은 하지만 연애에서는 절대보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연애 혹은 사랑에서 절대적 진리로 삼는 것이 있다면   '믿음', '양보', '정체성(주체성)' 이 세 가지이다.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믿음', 먼저 손해볼 수 없다는 마음의 타파과정인 '양보', 그리고 자기 사랑에 대한 굳건한 정체성(집착과는 다른 것)만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믿음이나 양보보다는 정체성이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확고한 신념체계가 없다면 그 어려운 '우리'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가 사랑을 접을 때 이 점을 가장 깊이 고민하는 편이다. 큰 믿음은 약속을 하지 않는 법이다. 특히나 자신과의 약속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을 시작할 때 마음 먹었던 자신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행태는 더이상 '아름다운 사랑'일 수 없다. 나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먼저 내 사랑에 비수를 꽂겠다. 난 사랑하는데도 바쁜 시간에 '나쁜남자'나 '연애지침서'에 솔깃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항상  능력부족이다.-_-;)


길게 씨부렁댔지만 나의 요점은 단 하나이다. "연애에도 역시 왕도는 없다. 나의 길을 가자." 라는 것이다. 나를 잃지 않고 너를 잃지 않게 하는 미덕을 사랑에서도 발휘한다면 언젠가 나에게도 "난 착한 당신이 좋아."라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리고 늘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자신이 능동적으로 사랑을 시작했다면 끝났을 때에는 젠장맞을 그 넘의 원망과 미움따위는 좀 날려버리자. 이별의 슬픔 그딴 거 결국 잊기 위해서는 나보다는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라는 것 나도 안다. 근본적으로 증오의 대상과 감정을 잘못 상정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그게  자기 상처 치유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었던가 묻고 싶다. 요컨대 자기 사랑에 누워서 침뱉는 행위는 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바뜨...오늘 밤 자고 나면 나도 여지없는 변덕쟁이가 될 예정이다. 왜냐면 오늘은 비가 온 날이니까...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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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0:34

지난 몇 일간 사회는 '한미 FTA'체결과 관련하여 그 뜨거운 찬반 양론은 극에 달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급한 FTA 체결에 반대해 온 입장이었지만 여튼 타결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도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난 이번에 도출된 세부적인 현안 결과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판단은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매체는 지금쯤 온통 경제적인 실익과 관련된 뉴스들을 인터넷 공간에 수없이 뿌려대고 있을 것이다. 난 개인적인 문제로 최근 꾸준히 불면의 밤을 보냈지만 특히 어젯밤 난 오장육부가 끊어질 듯한 고통에 일분일초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자아의 고통이 음식물 섭취에 얼마나 해로운지 오늘 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다시금 깨달았다.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임을 뻔히 알아서 어제 미리 휴가도 냈었다.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태라 하루 쉬고 싶었던 것을 오늘 단행한 것이다.



그런데 멍하니 TV뉴스를 보면서 일면 부끄럽기도 했다. 지금까지 학문에 있어서 '가치중립'을 나의 테제로 삼아오면서도 이런 중대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조차 기울일 수 없게 되어버린 나의 이기적인 모습때문이리라.



난 지금 멍하고 뚱한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레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결과적으로 FTA는 가닥이 잡혔다. 향후 많은 의사일정과 과정들이 남았지만 이제 우리에게 '경제적 실익''반대급부'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우리사회는 수많은 '너'와 '나'가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대안없는 전지구적 자본주의는 우리를 틀림없이 안락하게 그 싸움터로 당당히 인도할 것이다.  



경제적 발전과 선진국 진입, 그리고 사회양극화와 같은 문제의 심화는 막을 수 없는 필연이다. 정작 내가 진심으로 안타깝고 서러운 것은 이 치열한 전쟁 속에서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의 수많은 '너'와 '나'는 결국 '우리'로 남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릴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신상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불면으로 수많은 밤을 지새우는 것처럼 당분간 사회도 불면의 밤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한미FTA는 타결이라도 되었으니 나보다 입장이 나은 것인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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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0:32

사랑이란 단어에 담겨진 여러가지 의미 가운데 중요한 두 가지 '有'가 있다.


'소유(所有)'와 '공유(共有)'


두 가지 단어의 차이는 공유자가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공유자 상호간에 단체적 구속이 없고 개인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소유와 구별된다.


언뜻 둘 사이에는 이처럼 명확한 구분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두 단어는 有라는 공통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끔 우리가 현실화하는 사랑에서 이 두 가지가 서로 구별없이


혼합되어 사용됨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정작 문제는 '소유'를 '공유'하는 것이라 착각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말이다.


뻔한 생각이 문득 드는 밤이다.


"사랑은 이 '공유'란 룰이 깨져 버리는 순간 더이상 유의미하지 않음을..."


때문에 사랑도 일종의 계약이 아닐까 싶다.


이 생각에 미치니 '사랑'이란 단어가 무척이나 가볍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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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0:31

우중충한 날씨에 비생산적인 장시간 회의까지 겹친 날이라 그런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그렇겠지만 사무실에서는 보통 슬러퍼를 신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화장실 혹은 5, 7, 9층을 왕복할 일이 생기는데

오늘 유난히 슬리퍼에서 '딸그닥'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밑창이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신을만큼 없게 되었다.

 

 

 

이미 몇 일전부터 그렇게 나간 것 같은데 눈치도 없는 놈은

그것도 모르고 있었던게다.

비록 1년 전쯤 사무실 앞 피맛골 생선구이 골목 앞에서

5,000원 주고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라도

너덜거리는 슬리퍼를 보니 뜬금없게 '불쌍한 놈'이란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급한 마음에 스테이플로 찍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사야겠지만 '슬리퍼'를 쉽게 버릴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무엇때문이었을까?

폐기처분되어 버린 사물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그래도 상시 내 곁에 있던 사물에 대한 섭섭함일까?






우리는 살다보면 우리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물', '동물', '식물' 등등의 것에

무한한 애정을 쏟아붓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아마도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로 일방적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리라.

대상의 의견을 들을 필요도 없이 내 멋대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우리를 그리도 관대한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듯 하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늘 그렇지 못하다.

흔히 '관계'가 깨졌을 때 내 탓보다는 상대방의 탓을 하기 일쑤이고

'통'하지 않음은 어쩔 수 없는 한계라 치부해 버리곤 한다.

요컨대 인간관계에서 내 '탓'이 아닌 경우가 즐비한 것이다.

 

 

 

가령 귀여운 강아지처럼 '멍멍' 짖으며 쳐다 보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내가 슬리퍼를 대했던 마음과 같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한편 우리는 끊임없이 실망하고 절망하면서도

결국 다시 '사람'으로 치료받으려 하는 연유는

그저 '나눌' 사람이 필요해서일까?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나누는 것'과 '사랑'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구분하고 있을까?

'나누는 것'과 '사랑'은 분명 다른 경지의 것이다.

'나누는 것'은 곧잘

내가 갖고자 하는 부분을 상대에게서 취하게 됨으로 일방적으로 종결되는데 비해

'사랑'은 그런 경지를 일찌감치 뛰어넘는 것이리라.

그래서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지만

결국 대부분의 '사랑'이라 일컬어지는 것들은 '나누는 것'에 그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나눈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행위인 셈이다.

늘 자신만이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임을 상정할 때

이러한 행위는 일상 속에서 너무나 쉽게 용인되고 묵인되어 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만(?) 있다.

'사랑'이란 감정의 생성과 교류는

부단한 이해와 양보의 과정임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상대방에 대한 '입장의 동일함'이란 것을...

 






머리 좋은 사람은 가슴 좋은 사람만 못하고

가슴 좋은 사람은 손 좋은 사람보다 못하고

손 좋은 사람은 발 좋은 사람보다 못하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하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이다.

 

- 신영복 선생의 '관계의 최고형태'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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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5 20:28

올해도 마찬가지로 봄이 온 것을 시샘하듯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도 이 비가 봄을 알리는 비임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날에는 따사로운 '양광'(陽光)이 비추었고,

오늘 추적추적 내리던 비 사이로 살살 불어오던 바람이 바로 '춘풍'(春風)이었음은

모든 사람들이 감지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곧 한 달 남짓 지나면 춘색이 완연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다음 주에는 가는 척하던 겨울이 역습할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나왔습니다.

3월의 날씨는 대체로 이와 같을 것이라는 것은 봄을 보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지구별에서 사계절이 뚜렷한 공간의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겨울이 싫어! 여름이 싫어!라고 중얼거리기는 합니다만

사계절을 온몸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우리들은 복 받은 일입니다.

이는 계절을 보내며 '견딜 줄 아는 힘과 또 기다릴 줄 아는 현명함'

우리가 체득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온 오랜 경험은 단기적인 일기예보가 없더라도

우리로 하여금 쉽사리 중기적인 날씨를 예측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합니다.

 

 

 

'봄'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아마도 봄이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아무리 '봄바람'이 난다는 여성들도 봄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봄의 기운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짐작만(?) 합니다.

 

 

 

'봄'이란 단어는 어찌 보면 '사랑'과도 동의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감성적인 여성들이 '봄'에 더 짙은 반응을 보이는가 봅니다.

 

 

 

 

 

 

그러나 우리들 '인생의 날씨'에는 뚜렷한 사계절이 없습니다.

인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도 없고,

그 변화는 계절에 비할 수 없습니다.

맑았다, 개었다, 비가 내렸다, 폭풍우가 몰아쳤다, 흐렸다, 한파가 몰아쳤다 등등

그 순서도 우리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뒤죽박죽 우리의 '몸과 마음'에 휘몰아치곤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유사한 '인생의 날씨'가 반복된다 하더라도 쉽사리 적응할 수 없는가 봅니다.

다만 그 처한 환경과 사고의 방식으로

'인생의 날씨'를 바라보곤 합니다.

오늘같이 비가 내린 날 같은 시각에도

한없이 고독해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창문 밖 비를 즐기며 기뻐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인생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이제서야 이런 것을 차츰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몸소 경험하지 않는 이상 1차적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이 '타인의 인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인생에 비추어 타인의 인생을 '예측'하는 우를 수도 없이 범해왔고

또 심지어 '전망'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래도 무척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예전처럼 매우 쉽게

단 한 번도 같을 수 없는 '인생의 날씨'를 예단하는 일은 줄어들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진경(進境)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은

내 스스로가 살아온 흔적에 대해 '객관적 달성'보다는 '주관적 지향'

좀 더 많은 무게를 싣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주제넘게 생각해 봅니다.

 

 

 

삶의 무거운 짐을 많이 지고, 또 한편으로는 많이 부리는 과정을 거쳐오면서

내 스스로 성숙해져 온 것이겠지만

사실 최근 일련의 발전(?)은 어느 한 사람의 공헌이 지대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내 마음에 발전의 '씨앗'을 뿌려주었고 물을 주어 '나무'로 자라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 그 사람에게 '나무'는 커녕 '씨앗'도 제대로 뿌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나의 심경을 축축하고 무거운 곳으로 끌어내리고

마침내 질퍽한 진흙바닥에 나앉게 합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실망하거나 공허해하진 않을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봄도 맞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훈풍 가득한 봄을 보내기 위해서는

방해꾼인 추위란 반격을 무사히 마쳐야 하듯

'관계'란 것도 어느 일방이 아닌

쌍방향의 조화로운 순환이 있어야 비로소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때로 치기어리고 즉자적(卽自的)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최근 습관이 된 반복된 사고방식은 좀 더 나은 '견고한 마음'의 영역으로

저를 인도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기예보를 말씀드립니다.

우리에게 '봄'이 다시 오고 있습니다.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미래를 창백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그것을 미화하는 일을 자주 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보내지 않은 현재에서부터 철저하게 '과거'를 지워나가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저와 같이 미화할 능력도, 사전에 미리 청소하는 준비성도 없이

그저 무대책으로 하얗게 과거를 회상하는 이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글을 읽고 생각해 본 뒤 아주 조심스럽게 판단해 봅니다.

그저 방식의 차이일 뿐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창백한 미래를 제공할 뿐이라는 것임을 말입니다.

과거가 갖는 의미와 필요에 대해 심하게 폄훼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저보다 더 잘 알 것이라 믿습니다.

아주 가끔은 그 회상들이 밝은 미래에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요.

 

 

 

한편, 고독이 고독만으로도 한 짐일 뿐 무엇을 창조할 수 없듯이

어떤 형태로든 깨어야만 이룰 수 있습니다.

과거도 그러한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삼 년 정도 더 살았다는 사람의 어쭙잖은 충고가 아닙니다.

우리가 같이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 생각되어 쓴 것일 따름입니다.

 

 

 

나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당신의 '지향'에

반한 것입니다.

 

 

이만 각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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